S&P 500, 더 이상 기업의 동앗줄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지수 중 하나인 S&P 500. “S&P 500에 편입되면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월가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상식’이었습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이 ‘상식’이 실제로 통했지요. S&P 500에 편입되는 기업의 주가는 평균 7% 이상 상승했고, 제외되는 기업의 주가는 16%까지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진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010년대 들어 이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S&P 500 편입 시 주가 상승 효과가 1% 미만으로 떨어졌고, 제외 시의 하락 폭도 -0.6%로 거의 사라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패시브 투자의 급성장과 함께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만 해도 S&P 500을 추종하는 자금은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시가총액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일반적인 경제 논리로는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해야 하는데, 왜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요?
👉 차트 설명
이 차트는 S&P 500에 편입(왼쪽 그래프) 및 제외(오른쪽 그래프)된 기업들의 누적 초과 수익률(Cumulative Abnormal Return, CAR) 변화를 연도별로 보여줍니다. 초과 수익률은 발표 시점부터 편입 혹은 제외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날짜까지의 수익률을 측정한 것입니다.
편입 그래프 (왼쪽):
- 총 수익률 (파란색 실선)이 1990년대 후반에 최고점을 기록하며 약 8%에 도달했다가,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는 거의 0%로 급감한 것을 보여줍니다.
- 발표 시점 수익률 (초록색 점선)과 실제 편입일 수익률 (주황색 점선)도 비슷한 양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발표 시점의 수익률이 더 높지만, 두 시점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여줍니다.
제외 그래프 (오른쪽):
- 제외되는 경우, 총 수익률 (파란색 실선)이 1990년대에는 약 -20%에 달할 정도로 큰 폭의 하락을 보였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거의 0에 가까워졌습니다.
- 발표 시점 수익률 (초록색 점선)과 실제 제외일 수익률 (주황색 점선)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덜 부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핵심 내용
이 차트는 S&P 500 지수 편입과 제외가 과거에는 큰 초과 수익률 변화를 유발했지만, 최근에는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진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인덱스 효과가 약화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네 가지 이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로빈 그린우드(Robin M. Greenwood)와 마르코 새몬(Marco Sammon) 교수는 2024년 연구 [The Disappearing Index Effect]에서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P 500에 편입되는 기업들의 이상 수익률은 1990년대 평균 7.4%에서 최근 10년 동안 1% 이하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지수에서 제외되는 경우에도 과거와 달리 수익률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인덱스 효과 감소’의 원인으로 다음 네 가지를 언급 했습니다.
기업 구성의 변화
먼저, 인덱스 효과 감소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S&P 500에 새롭게 편입되거나 제외되는 기업의 구성 변화가 있습니다. 특히 과거와 비교해 최근에는 S&P 500에 새롭게 편입되는 기업들의 자본화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자본화 비율(Market capitalization)이란 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장이나 특정 기준에 대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S&P 500 지수 내에서 특정 기업의 자본화 비율이 크다는 것은 그 기업이 지수 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해당 기업의 주가 변동이 S&P 500 지수 전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1980년대 이후 S&P 500에 편입되는 기업들의 자본화 비율이 점차 감소함에 따라, 지수 편입에 따른 수급 효과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자본화 비율이 큰 기업이 지수에 편입될 경우 수요가 급증하여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이제는 편입되는 기업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지면서 이러한 효과가 작아진 것입니다.
S&P 500 Midcap의 부상
두 번째 원인은 S&P 500과 S&P MidCap 400 지수( S&P 다우존스에서 제공하는 중형주(mid-cap) 지수) 간의 이동(migrations)이 증가했습니다. 기업이 S&P 500에 편입되면서 S&P MidCap 400 지수에서 제외되는 경우, S&P 500을 추종하는 펀드들이 해당 주식을 매수하고 S&P MidCap 400을 추종하는 펀드는 이를 매도하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거래가 동시에 발생하게 되면 수요와 공급이 상쇄되어 주가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이 줄어들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이러한 이동 비율이 약 50%였으나, 최근에는 70%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순수하게 지수 편입이나 제외만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경우가 줄어든 것입니다.
프론트 러닝의 증가
세 번째 원인은 프런트 러닝(front running)의 증가입니다. 지수 편입 또는 제외가 발표되기 전에 이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미리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것을 프런트 러닝이라 합니다. 과거에 비해 정보 교류의 빈도와 속도가 증가하면서, 지수 변경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지면서 발표가 나기 전에 주가가 반영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예를 들어, S&P 500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발표 전 주가가 이미 상승해 발표 이후 추가 상승 여지가 줄어들게 됩니다. 연구는 이러한 선행 거래가 인덱스 효과 감소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모든 인덱스 편입과 제외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시장 유동성의 개선
네 번째로, 시장 유동성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월가의 거래 데스크들이 지수 거래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 공급이 원활해졌습니다. 특히 패시브 펀드의 매수/매도에 대응하여 액티브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 포지션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의 시사점
이러한 발견은 금융시장이 점차 효율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1980년대에는 지수 변경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고 지수펀드 규모도 작았습니다. 1990년대 들어 지수펀드가 성장하면서 미스프라이싱이 심화되었고, 이는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제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적응했고,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지수 추종 자금의 매매에 대응하는 유동성을 제공하면서 이상현상이 점차 해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다른 시장 이상현상들이 널리 알려진 후 점차 사라지는 것과 비슷한 패턴입니다. 연구진들은 Russell 1000/2000, Nasdaq 100 등 다른 주요 지수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분석했는데, 대체로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투자자들은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확실한’ 투자 전략이란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특정 패턴을 인식하면, 그 패턴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마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박테리아처럼, 시장은 끊임없이 진화합니다.둘째, 시장의 효율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지수 변경으로 수익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유동성 공급자로서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마지막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복잡한 매매 전략이나 단기적 기회 포착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는 장기 투자가 더욱 중요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론
40년 전, 하버드의 젊은 교수였던 Shleifer가 발견한 ‘S&P 500 지수 효과’는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실패가 아닌, 금융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이제 더 효율적이고, 더 공정하며, 더 성숙한 시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투자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About the Author
이종권(Joseph) CEO는 KAIST에서 전기및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 IBM 유비쿼터스컴퓨팅 Lab에서 부장을 역임하며 기술 혁신을 선도해 왔습니다. 이후 에이서투자자문에서 퀀트운용 총괄을 맡아 퀀트 투자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쌓았고, 현재는 인텔리퀀트의 대표로서 누구나 현명한 투자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퀀트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상훈(Raymond) Quant Manager는 20년 경력의 펀드 및 퀀트 매니저로서 깊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인텔리퀀트에서 금융공학팀을 이끌고 있으며, 누구나 안정적이고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도영(Devin) Marketing Manager는 그로스 마케팅과 콘텐츠 SEO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퀀트 플랫폼과 고객 사이에 더 많은 접점이 발생할 수 있도록 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