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에 이어, 3월 일본은행(BOJ)은 기준 금리를 연 0.5%로 동결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으로는 예상보다 높은 경제 성장률과 꾸준한 물가 상승이 꼽히고 있습니다.
일본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 및 일본은행 전망치
(% 변동률, 전년 대비)

30년 가까이 지속된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의 끝이 보입니다.
2023년 7월 28일은 세계 금융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 날입니다. 일본 은행이 0.5%로 묶여있던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을 1.0%로 올렸기 때문인데요. 한 국가의 금리 정책에 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걸까요? 오늘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한 축인 엔 캐리 트레이드와 그 종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도대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뭐길래?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용어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쉽게 말해,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마치 ‘싼 이자로 빌려서 비싼 이자로 굴리는’ 재테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랫동안 일본은 제로 금리 또는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달러나 호주 달러, 심지어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지속된 게임과 같았죠.
이러한 엔 캐리 트레이드는 단순히 개인 투자자들의 영역을 넘어, 거대한 헤지펀드나 금융 기관들의 주요 투자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 그 규모가 얼마나 컸을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글로벌 자금 흐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때로는 특정 국가의 자산 가격을 부풀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30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긴 시간입니다. 한 세대가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죠.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 불황과 그로 인한 초저금리 정책 때문입니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투자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엔화 차입 비용이 워낙 낮으니, 어디에 투자하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으니까요. 마치 오랫동안 멈춰있던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고 할까요? 글로벌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던 시기에는 이러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큰 문제 없이 작동했습니다.
드디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입니다. 오랫동안 일본 경제를 괴롭혔던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물가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흐름입니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십 년간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해 왔던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게 된 것이죠.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다면, 엔화 차입 비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곧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됩니다. 금융 시장에서 적은 이자만 받고 돈을 빌려주던 일본이 이제 이자를 올려 받기 시작한 것이죠.
USD/JPY 환율 변동 그래프

2024년 8월, 일본은행(BOJ)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0~0.1%→0.25%)하고, 미 연준이 9월 금리인하를 발표한 시점에,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전제 조건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기술주와 일본 증시가 급락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증시 랠리를 주도한 것은 대부분 외국인이었으며, 그들이 놀라운 속도로 증시에서 빠져나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야말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신호탄?

최근 몇 달 동안 엔화의 움직임을 보면,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엔화가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다시 엔화로 환전되어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마치 썰물처럼, 한때 전 세계로 빠져나갔던 엔화가 다시 일본으로 회귀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상당한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된다면, 우리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우선, 환율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엔화 강세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무역수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었던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지탱해 왔던 댐이 무너지면서 하류 지역에 홍수가 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거죠.
글로벌 채권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다양한 국가의 국채를 매수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과정에서 이러한 국채들이 매도될 경우,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 역시 안전지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주식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 자금 이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금리에 기반한 과도한 레버리지와 투기적 투자가 조정받게 될 텐데요. 실질적인 가치와 펀더멘털이 다시 중요해지는 시점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케이 225 지수의 급락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입니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시기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특정 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에 배를 단단히 묶어두는 것과 같은 대비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주식, 채권, 현금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여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자산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환율 변동에 대한 주의도 필요합니다. 엔화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엔화 자산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해 약세가 예상되는 통화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기업의 장기 지표와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장에 휘둘리지 않는 기업을 찾는 눈을 길러야 할 시점이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준비하며

돌이켜보면, 엔 캐리 트레이드는 지난 30년간 글로벌 금융 시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막이 오르는 순간을 기다리는 관객처럼, 우리는 앞으로 펼쳐질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우리의 투자에도 분명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겁니다. 이러한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별 종목의 성과를 넘어, 주식/ETF/채권/알고리즘 전략에 분배한 투자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점검하고 싶다면, 인텔리퀀트의 iQ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보세요.
국내는 물론 미국 투자까지 점검 가능한 강력한 기능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대비하는 여러분의 투자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About the Author
이종권(Joseph) CEO는 KAIST에서 전기및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 IBM 유비쿼터스컴퓨팅 Lab에서 부장을 역임하며 기술 혁신을 선도해 왔습니다. 이후 에이서투자자문에서 퀀트운용 총괄을 맡아 퀀트 투자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쌓았고, 현재는 인텔리퀀트의 대표로서 누구나 현명한 투자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퀀트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