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것은 투자를 모르는 것과 같다
이 표현에는 몇 가지 투자의 정수가 담겨 있다. 시장 주기는 종종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하며, 역사를 공부하는 투자자는 더 많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기업이 세상을 혁신하고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투자자들은 AI 관련 기업의 주식을 광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한 발 앞서 움직인 얼리 어답터들은 이 현상을 반기고 있겠지만, AI의 발전이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못 미칠 경우 급격한 시장 조정으로 이어지는 참사를 낳을 수도 있다.
FOMO 현상(투자자가 특정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현상)이 빚은 인한 투기 열풍은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페이스북)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더욱 가속화되었다. 다음은 모닝스타의 정보를 바탕으로 2024년 7월 24일 기준 매그니피센트 7의 시가총액, 연환산 5년 수익률, 현재 주가수익비율을 정리한 것이다.
5년 평균 연환산 수익률 38.7%는 뱅가드 토탈 주식 마켓 인덱스 펀드(VTSMX)의 연환산 수익률 13.3%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로 인해 Mag 7의 주가수익비율(P/E)은 평균 45.9로 VTSMX의 21.5 P/E의 두 배가 넘었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격차로 인해 고평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공학자이자 투자 전문가 Larry Swedroe가 닷컴 버블이 꺼지기 직전인 2000년 1월에 쓴 칼럼을 되돌아보며, 역사는 반복된다는 진리를 한 번 더 되새겨 보자.
버블인가? 새로운 패러다임인가?
(bubble or New Paradigm?)
by Larry Swedroe, 2000.01
투자 전문가, 경제학자,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쟁의 주제는 의심할 여지없이 시장, 특히 IT 섹터가 고평가되었는가이다. 기술주의 현재 가치뿐만 아니라 대형 성장주 전체 자산군의 가치에 대해서도 매우 상반된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한 쪽은 이른바 “새로운 패러다임(New paradigm)” 또는 “이번에는 다르다(it’s different this time)” 학파라고 부를 수 있다. 다른 쪽은 “그거 다 전에 해봤다(The been there, done that)” 학파라고 할 수 있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학파의 주장이다.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두 학파의 대화를 상상해 봅시다.
다르다 측: 새로운 세계 질서가 들어섰다. 이전의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 투자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훌륭한 IT 기업의 주식을 소유해야 한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해서 좋은 회사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해봤다 측: 1960년대 후반에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던 것을 아는가? 주가수익비율이 약 50 이상인 대형 성장주 50개 정도를 가리키는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라는 주식 그룹이 있었다. IBM, 스페리 랜드, NCR, 컨트롤 데이터, 제록스, 하니웰, 폴라로이드 등과 같은 하이테크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오늘날의 시스코처럼 가격은 따지지도 말고 매수하고 영원히 보유하는 주식이라고 불렸던 종목들이다. 결과는? 2년 만에 니프티 피프티 주식 대부분이 80~95% 하락했다. 차이점은 오늘날 투자자들은 훨씬 더 높은 주가수익비율 또는 주가매출비율에도 매수하고 있으며,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1960년대에는 인터넷 대신 전자제품이었을 뿐이다. 이름에 'E'자만 들어가도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지만, 그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 그 다음 투자자들은 “트로닉스” 또는 “오닉스”라는 접미사가 붙은 종목이면 무조건 매수했다. 1960년대에도 그리고 2000년대에도 IPO 시장은 뜨거웠고, 기업들은 기업명으로 관심을 끌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 있었던 일이다.
다르다 측: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터넷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위대한 혁명이다.
해봤다 측: 정확히 똑같다. 60년대에도 똑같이 ‘기술이 혁신을 불러온다’ 열풍이었다. 결국 많은 기업이 성장했고 많은 기업이 실패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자동차→항공 여행→TV&라디오→전자제품→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은 언제나 실제 파급력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등장했다. 진짜 성공적인 기술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술이 의미가 있으려면 소수의 발명가나 기업 내 일부 집단이 아닌 일반 사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진짜 혜택’을 가져다 주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이 사실을 당신만 알고 있겠는가? 시장은 이미 당신이 그린 위대한 미래를 현재 가격에 반영해 놓은지 오래이다(그래서 지금 가격이 매우 높은 것이다).
시장을 능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의 가격 책정 실수를 이용하는 것다.
당신이 칭송하는 그 기술주는 이미 수많은 투자 전문가들에 의해 고평가받고 있다! 높은 기업이익이 반드시 높은 투자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수많은 증거는 매우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저평가 가치 기업은 고평가 성장 기업보다 훨씬 높은 투자 수익률(더 큰 위험에 대한 보상)을 제공했다.
다르다 측: 그러면, 지난 5년(1995~2000) 동안 기술주와 대형주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했는가?
해봤다 측: 지나고 나면 항상 분명해진다. 안타깝게도 사실 과거 시장은 그렇게 명확하지가 않다. 1970년대 말에는 석유 회사(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6개가 석유 회사), 금, 기타 원자재, 수집품 및 일반적으로 물리적 원물을 소유하는 것이 확실한 자산군이었다. 그러나 모든 자산은 이후 20년 동안 매우 저조한 수익성을 보였다. 지금 시점에 기술주를 산다? 좋은 성과를 얻을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
다르다 측: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은 분명 기술 분야의 리더이다. 미국은 인터넷과 생명공학 및 금융 서비스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 각광받을 수 밖에 없는 산업들이다. 게다가 미국의 자유 기업 시스템은 최고의 모델임이 입증되었다. 다른 나라 기업들은 따라잡기에 급급할 뿐이다.
해봤다 측: 1989년 말, 일본은 세계 경제 1위의 국가였다. 닛케이 지수는 10년 동안 500% 가까이 치솟아 40,000에 육박했다. 일본의 '관리 경제' 시스템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었다. 그들의 대기업-하청 기업 모델은 우리 모델보다 분명히 우월했다. 그 당시 일본의 기술력은 미국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도쿄는 세계의 금융 중심지가 될 것이 확실했다. 일본인들은 록펠러 센터와 페블비치 골프장 같은 미국의 중요한 상징물까지 사들였었다. 미국인들은 공포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일본의 번영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불과 3개월 만에 닛케이 지수는 23% 하락하여 1년만에 40% 하락했고, 그 후에도 계속 하락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11년 전 정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상태이다. 역사는 반복될 수도 있다.
다르다 측: 지난 몇 년간의 수익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테크 시장의 기회는 엄청나다. 놓치면 바보인 상황이다!
해봤다 측: 투자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버블의 끝자락에 휘말리는 것이다. 버블이 터지면 빠르게 붕괴되어 빠져나갈 기회가 거의 없다. 한때 무한해 보였던 유동성은 사실상 고갈되어 구매자가 사라지고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18세기 영국 사우스 씨즈 버블이 그랬고, 이런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버블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법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믿음과 모멘텀, 즉 누군가에게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믿음인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 실제 자산의 가치에 상관없이 단순히 그 자산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구매하는 심리를 설명하는 경제 이론)에 의존한다. 이런 광기에 휩싸인 시장 가격을 정당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새로운 지표가 발명되었다. 일본 버블의 경우 Q-비율(Q ratio scale: 기업의 시장 가치 / 기업의 자산 대체 비용)이라는 것이 발명되었습니다.
다르다 측: 미국의 생산성은 가장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해봤다 측: 미국의 생산성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1920년대에는 더 빠르게 성장했다.
다르다 측: AOL, Amazon, Cisco 등과 같은 새로운 시대의 기업들의 미래는 너무나 밝고 분명한데 어떻게 이 기업들이 무너질 수 있겠는가?
해봤다 측: 첫째, 미래는 결코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둘째, 미래가 여러분이 믿는대로 흘러가더라도 그것이 큰 투자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앞서 인용한 RCA의 예를 들어보자. RCA의 기대가격이 책정된 모든 긍정적인 일들이 실제로 발생했다. 그리고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긍정적인 일들도 일어났었다. 예를 들어 라디오는 매체로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라디오 청취율은 수십 년 동안 빠른 속도로 증가했으며, RCA는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핵심 업체로 자리잡았고, 라디오에 특화된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예: 드라마)가 만들어져 신문보다 훨씬 더 많은 광고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CA의 투자수익률은 처참했다. 앞날이 창창한 기업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버블이 만든 선행가격을 충족시킬 수 없다.
예측은 투기, 분산은 투자
투자의 역사를 되짚어보지 않고서 시장이나 섹터가 고평가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효율적 시장 이론에 따르면 시장의 가격이 가장 정확한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아는 것은 높은 밸류에이션은 큰 기대감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기대가 크다는 것은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미래 기대 수익률은 낮아진다. 또한 거품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성공적인 투자 전략은 자신의 위험 프로필, 재무 목표, 투자 기간을 반영하여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는 규율을 지키고, 과열된 섹터를 매도하고 현재 상대적으로 저렴할 때 매수하는 것이다.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지(시류에 편승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아니면 곧 터질 것인지(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추측하는 것은 전형적인 ‘지는 게임’이다. 흥미진진할지 모르지만 투자가 아닌 도박에 불과하다.
거품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성공적인 투자 전략은 자신의 위험 프로필, 재무 목표, 투자 기간을 반영하여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시 2024년으로 돌아와서
오늘날의 마그니피센트 7은 ‘이번엔 다르다'의 2024년 버전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전에는 FANMAG, 그 전에는 FAANG이었다. Meta와 Tesla는 급성장한을 기록한 후에 추가되었다. 그리고 원래의 N은 엔비디아가 아니라 넷플릭스였다. 한 쪽(엔비디아)이 급등하고 다른 쪽(넷플릭스)이 급락하면서 이름이 바뀐 것이다.
2000년 1월에 위 글을 썼을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역사적으로 오늘의 매그넘 7과 같은 높은 밸류에이션 종목들이 실망스러운 수익률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 10대 주식이 이 엘리트 리스트에 포함된 이후 기간 동안의 수익률을 분석한 자료는 이러한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1926~2023년 기간의 데이터를 보면, 그 이전 10년, 5년, 3년 동안의 연간 수익률은 각각 11.8%, 20.0%, 27.2%였다. 그러나 가입 후 3년, 5년, 10년 동안의 연 수익률은 각각 0.5%, -0.9%, -1.5%였다. 즉, 눈부신 성과로 10대 주식 중 하나가 된 이후 3년, 5년, 10년 동안 한때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이 주식들은 리스크가 제로인 1개월 만기 국채보다 낮은 성과를 냈다.
역사는 말하고 있다. ‘이번엔 다를거야’라고 부르짖던 이들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무너졌다는 것을
원문출처: Overvalued or New Paradigm? by By Larry Swed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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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권(Joseph) CEO는 KAIST에서 전기및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 IBM 유비쿼터스컴퓨팅 Lab에서 부장을 역임하며 기술 혁신을 선도해 왔습니다. 이후 에이서투자자문에서 퀀트운용 총괄을 맡아 퀀트 투자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쌓았고, 현재는 인텔리퀀트의 대표로서 누구나 현명한 투자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퀀트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상훈(Raymond) Quant Manager는 20년 경력의 펀드 및 퀀트 매니저로서 깊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인텔리퀀트에서 금융공학팀을 이끌고 있으며, 누구나 안정적이고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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